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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알기 아까운 일상들/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火)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5. 화산폭발

by [REICON] 레이콘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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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4. 고통의 나날과 그것을 비웃는 살인적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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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프롤로그

-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 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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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적은 수필이며, 지명, 시간 등은 실제와 거의 같지만 인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암세포라 불리는 사나이] 15. 화산폭발

 

살인적인 웃음이 지나간 날 오후, 나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분명 준비를 다 하고 나가서 곧바로 시작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암세포가 지관을 넣지 않는 것이다.

 

지관은 두루마리 휴지의 휴지심과 같은 존재인데, 넣을 때도 있고 안 넣을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 하는 것은 무조건 넣어야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넣지 않았고, 얼탱이가 터지게 아주 당당하게 다했다는 듯이 아주 뿌듯해하고 있는 암세포였다.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작업 준비 자체를 안 하는 경우도 굉장히 잦았고, 이제 더 이상 참았다간 진짜로 대가리를 깨버릴 것만 같은 불길한 징조가 들어서 대놓고 쏘아붙였다.

 

"이거 지관 넣는 건데 몰라요?"

"이거...지관..."

"아니 (X발) 묻는 말에 대답하라구요. 모르냐구요?"

"이거 안 넣는 거 아니가..?"

"지금 (X발) 장난해요? 재고 작업인데 안 넣어요? 아직 몰라요? 일하기 싫어요?"

"그...그......"

"왜 4달 넘게 했으면서 아직도 모르냐구요!! 아니 (X발) 불만이 있으면 얘기를 하든가요 (개XX야)!!! 예!?!?!?!?!?"

"안 넣는... 줄...

 

계속 개같은 헛소리만 쳐해대니 더더욱 빡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쌍욕만 하지 않았을 뿐 더 대놓고 감정을 실어서 쏘았다.

 

"도대체 왜 모르는데요!! 사람이라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라구요!!!!"

"..!?"

 

꼴에 ㅈ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거북목인 마냥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쪽으로 18도 정도로 기울인 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으로 있는 것이었다.

저 개같은 표정을 보자마자 나는 개빡치는 ㅈ같은 감정을 주체를 못 하고 옆에 있던 쇠로 된 선반을 번쩍 들었고, 정말 다행히도 차마 면상에 던지지 못하고 나의 몸 옆에 내동댕이 치고는 면상을 보며 있는 성량 다 끌어내 소리를 질렀다.

 

"제발 집에 가요!!!! 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4달반 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이 한 번에 화산처럼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공장 전체에 퍼졌고, 그리고 암세포는 정말 암하르방이 되어버렸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했으니 뭐라도 말을 할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10초가량 가만히 있었지만, 멍청함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우주를 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12살 아래인 나한테 겁을 먹은 것인지 끝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멀뚱히 서있기만 했다.

욕이든 아니든 한대 치든 무슨 말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더 이상 보고 있어 봤자 정신만 피폐해질 것 같아서 일이든 뭐든 다 때려치우고 그냥 나 혼자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10분 정도 있었을까.

암세포 혼자 놔뒀다가 어떤 인명 사고가 일어날 지 몰라서 일단은 다시 들어갔는데, 차장님께서 곧바로 나를 부르셨다.

 

"섭섭, 무슨 일이고? 뭔 일 있었나?"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한풀이를 하듯이 모든 것을 털어놨다.

 

"점마(암세포) 온 지가 4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지관을 넣는지도 안 넣는지도 모르고, 뭘 물어보면 헛소리만 지껄이길래 짜증 나가지고 그냥 집에 가라고 소리 질렀어요. 진짜 어떻게 안됩니까... 진짜 모두를 위해 잘라야 돼요..."

"하... 일단 말을 더 해놨는데, 이제 진짜 조만간일 거다. 조금만 참아라."

 

내가 더 참을 수 있을까... 차라리 눈을 가리고 통나무 배로 태평양 횡단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았지만, 왠지 내일은 암세포가 출근을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만 더 희망고문을 해보려 했다.

정말... 혈압약이 필요할 것만 같은 끔찍한 하루였다...

 

 

다음 날, 금요일이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오늘 암세포가 과연 출근을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기대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마치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불행하고 신기하게도 아주 당당하게 출근을 한 암세포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출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제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생각이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또다시 과대평가를 한 나 자신에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만 같았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X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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